스타트업 창업자를 위한 알리바바그룹 부회장 차이충신의 조언
알리바바그룹 부회장 차이충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어려운 결정을 앞두고 있다. 일부는 다시 준비 단계로 돌아가 사업을 재구상하고자 하며 일부는 사업을 접고 가져갈 수 있는 것 만을 가지고 떠나고자 한다
알리바바그룹 부회장 차이충신은 홍콩 전자상거래 플랫폼 샵라인(Shopline)의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토니 웡과 함께 온라인 담화에서 젊은 기업가들이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세션은 알리바바창업자기금회(Alibaba Entrepreneurs Fund, AEF)가 홍콩 포트폴리오 기업을 위해 마련됐다.
이번 담화에서 차이충신 부회장은 알리바바그룹이 사스를 이겨냈다는 이야기와 알리바바그룹의 급격한 성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을 공유했다. 또, 차이충신 부회장은 사업을 포기할지 지킬지를 불가피하게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고려해야 할 기준을 밝혔다.
2015년에 설립된 비영리 기관 알리바바창업자기금회는 홍콩과 대만에 있는 80여 개 스타트업에 자금 지원을 제공해왔다. 또, 매년 ‘점프스타터(JUMPSTARTER)’ 대회를 개최해 전 세계의 젊은 기업가들에게 투자 협약, 멘토링, 그리고 기타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아래는 이번 온라인 담화 내용의 요약본이다.
팀과 신뢰는 생존을 위한 기초
토니 웡: 스타트업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차이충신: 우선, 현재 사태와 관련하여 2003년 사스에 대한 이야기부터 소개하려고 한다. 알리바바그룹은 항상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회사 전 직원이 격리 상태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 우리는 바로 컴퓨터를 집으로 옮기기로 했다. 당시에 모두 부피가 큰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었으나 고객들의 이메일이나 전화 수신 등을 순조롭게 처리할 수 있기 위해 직원들은 컴퓨터를 비롯한 모든 장비를 자신의 집으로 옮겼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 이 시각에 우리의 최우선 순위는 여전히 고객이다. 물론, 첫 번째로 확보해야 할 것은 바로 직원들이 업무를 안전하게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직원들은 계속해서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만약 어느 식당이 폐업되면 그 식당의 사장이 아무것도 못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기업은 대안을 생각해 내고 있다. 식당이 문을 닫았다는 이유로 고객들이 밥을 안 먹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테이크아웃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일종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사업에 있어서 적응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현재 사태 속의 뉴노멀에 적응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팀워크와 내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
토니 웡: 공동 창업자와의 좋은 업무 관계도 중요하다고 덧붙이려고 한다. 피오나 라우(Fiona Lau)라는 좋은 공동 창업자와 함께 일하고 있는데 우리는 각자의 역할을 확실하게 구분했다. 서로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항상 쉬운 일이 아니며 때로는 혼인 관계 같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알리바바그룹의 공동 창업자들도 항상 마윈 창업자와 성공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가? 문제나 분쟁이 생길 때 어떻게 해결해 왔는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차이충신: 사실 개인적으로 마윈 창업자와 전혀 다른 사람이고 성격이나 능력 등 모든 측면에서 다 정반대에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윈 창업자는 내가 가지지 못한 많은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언제든지 나와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잘 진행할 수 있다. 회사의 비전을 소개하고 직원들에게 동기 부여하는 데 있어서 마윈 창업자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나는 원래 대중 앞에서 발표하는 것을 못 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내가 잘하는 분야에 대해서 마윈 창업자도 나에게 의지를 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법무적인 구조를 구축하는 업무 혹은 재무에 관련된 업무 등이 있다. 방금 말한 것처럼 바로 혼인 관계처럼 각자의 책임과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해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존중한다는 것은 아예 가벼운 관계를 가져서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 마윈 창업자도 때로는 동료들 앞에서 나를 놀리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의 장난과 농담을 개인적으로 마음에 담아두지 않아야 한다. 상대방을 믿으면 사람들 앞에서도 서로를 놀리고 웃을 수 있을 것이다.
토니 웡: 성공을 거두기 전에는 수많은 실패를 겪게 될 것이라는 말이 있다. 수많은 도전을 앞두고 기업들은 항상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각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 요즘 같은 시기에 스타트업들이 주목해야 할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인가?
차이충신: 적절한 사람을 알아내고 그들을 적당한 위치에 배치해 적당한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에 관련된 일은 가장 큰 도전이지만 사람과 관련된 어려움이 해결되면 만족감도 가장 클 것이다. 기업가는 항상 사람이라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 사람들을 기업 문화에 빠져들게 하고 계속해서 그들이 사업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사업 초기 단계에 제품 준비, 법인 설립, 은행 계좌 개설 등 수많은 일을 해야 하는데 이와 같은 모든 일은 사람을 필수적인 요소로 여기지 않다. 그러나 사업의 규모를 키워가면서 사람에 대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토니 웡: 스타트업들은 사람과 관련된 이슈를 많이 겪고 있긴 하다. 때로는 좋은 사람을 만났더라도 팀 전체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차이충신: 알리바바그룹에서 “최고의 인재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대신 적시 적소에 적절한 인재는 있다. 어느 때 사람을 잘못된 위치에 배치해 놓고 그들이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할 공간과 기회를 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기업의 관리자는 특정한 업무에 적절한 사람을 배치할 감각을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한다. 또, 이 사람의 성격과 팀플레이 능력도 고려해야 한다. 어떤 사람이 조직에 들어와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면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럴 때는 최대한 빨리 소극적인 에너지를 없애서 다른 팀원에게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반대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데려오면 다른 팀원에게 동기 부여하고 영감을 주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위기 상황에서 기본으로 돌아가라
토니 웡: 많은 스타트업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으며 그중에 버티지 못한 기업도 적지 않다. 스타트업은 자금 조달 전략을 변경해야 하나 협상에서는 불리한 위치에 있다. 이러한 스타트업을 위한 조언이 있는가?
차이충신: 위기 상황에 빠졌을 때 내부로 시선을 돌릴 수도 있다. 개선할 수 있는 점을 찾아내 실질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선보이는 과정이 중요하며 단순히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에게 확실히 전달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기본으로 진행해온 사업 모델은 고객 수가 줄어도 유지해야 한다. 포지티브한 단위 경제에 도달할 능력을 계속 보여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전자상거래로 무엇을 판매하는 사람들도 고객 유치 비용(customer acquisition cost, CAC)이 너무 높아서 포지티브한 단위 경제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 상품을 팔 때마다 돈이 손실돼서 오히려 매출총이익에 적자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델은 절대로 돈을 모을 수 있는 모델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사업의 기본으로 되돌아보고 구체적인 계획으로 단위 경제를 플러스로 만들 수 있어야 잠재적인 투자자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토니 웡: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현재 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에 유지되어 있다.
차이충신: 맞다. 그것은 성장 스토리를 기반으로 주식을 발행하는 기업들에 좋은 조건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투자자들이 사업을 평가할 때 단순한 현금흐름할인모형(discounted cash flow model, DCF)에 따라서 판단할 것이며 현재 수익이나 현금 흐름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즉, 투자자에게 장기적으로 포지티브한 현금 흐름과 성장세를 보여줄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현금흐름할인모델에서 잔여 가치를 보면 예측 기간을 지나도 높은 성장세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높은 잔여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낮은 금리로 인한 낮은 자본비용으로 현재 가격으로 할인할 때 엄청남 가치를 의미할 것이다. 이로 인해 사업을 변화시켜서 단위 경제의 가능성과 성장세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반드시 앞으로 1년 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3년, 5년, 7년이 지나도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바로 투자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토니 웡: 자금 조달을 진행할 때 희석화는 창업자와 기업가에게 매우 중요한 주제이며 많은 창업자는 가치평가라는 것에 전전긍긍하고 있을 것이다. 평가가 너무나 낮게 나오면 자존심 때문에 창업자가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차이충신: 때로는 기업가들이 가치평가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 회사를 너무 싸게 팔면 창업자에게 지나치게 희석화가 되기 때문에 가치평가는 중요하긴 하다. 누구나 희석화의 정도에 대해 관리하고 싶지만 만약에 이 만큼의 희석화는 사업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자존심이나 자부심으로 인해 높은 가치평가를 바탕으로 자금을 조달하지 않은 것도 좋을 수 있다. 왜냐하면 높은 가치평가로 결국엔 투자자를 실망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투자자를 위해 돈을 벌게 하면서 기분도 좋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어떤 시장에 상장되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업공개를 진행할 때 퍼블릭 마켓 안에서 자금을 조달하면 회사 전체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분의 10%, 15% 또는 20%를 판매하는 것뿐이다. 이것이 바로 희석화의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기업가치를 지나치게 높이면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고 돈을 손실되자마자 바로 떠날 것이다. 희석화와 투자자의 기대치 사이의 균형은 돈을 다 가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를 놔두는 것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알리바바그룹은 항상 그러한 식으로 해왔다. 알리바바그룹의 모든 투자자는 지난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돈을 벌어왔으며 이는 알리바바그룹이 성공의 정석이라고 볼 수 있다.
토니 웡: 창업가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문제는 바로 지배력이다. 즉, 회사를 앞으로 이끌어갈 힘에 관한 문제이다. 이것도 투자자들과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분이 지나치게 희석화된 경우 이사회나 주식을 통해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거나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어떤 식으로 진행해야 할까?
차이충신: 성공한 기업가 정신을 갖추는 기업 같은 경우에는 창업자가 절대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상장된 수많은 기업을 보면 차등의결권 주식 모델을 가지고 있지 않다. 모든 것이 잘되고 있으면 투자자는 지배력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기업을 완전히 맡겨줄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가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바로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는 것과 주주들과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주주들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라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사회나 투자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투명성이며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모두 공개해야 한다. 나쁜 소식을 공개할 때에는 솔직하게 문제를 확인하고 설명해야 하며 뚜렷한 솔루션도 함께 제공해야 한다.
포기할까 버틸까?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은 기업 미션
토니 웡: 알리바바그룹은 18명의 공동 창업자로 시작했으며 업계에서 독특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 부분도 기업 문화나 기업 미션에 대해 영향을 끼쳤는가?
차이충신: 기업 문화를 추진하는 데에 창업자의 영향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중요한 가치나 기업의 DNA가 희석화될 수 있다. 18명의 공동 창업자가 있기 때문에 직원들이 창업자들과 수많은 연결고리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직원들은 창업자와 함께 일할 기회도 가질 수 있고 창업자들은 이루고 싶은 기업 가치를 직원들에게 직접 보여줄 수도 있다. 기업의 구성원들이 공동의 미션을 가지고 있다면 많은 창업자가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 될 것이다. 모든 창업자가 기업 미션의 전도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토니 웡: 알리바바그룹이 스타트업으로부터 대기업까지 성장하는 과정에 기업 문화가 어떻게 진화됐다고 생각하는가? 기업의 비전을 지키는 데에 어떻게 노력해 왔는가?
차이충신: 알리바바그룹은 명확한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다. 어떤 기업들은 알리바바그룹의 기업 문화가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알리바바그룹의 첫 번째 기업 문화는 바로 미션을 정하는 것이다. 수익 창출은 기업이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가 아니라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두 번째로 미래를 위해 비전을 세우는 것이다. 어떤 기업이 되고 싶은지, 기업이 어떠한 위치에 있기를 원하는지에 대해 비전을 세운 후 향후 5년 혹은 10년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세 번째는 기업의 가치관이다. 지키고 싶은 가치관을 정해서 그것을 통해 직원들의 사회생활과 일상생활을 더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 세 가지가 바로 알리바바그룹의 기업 문화이다. 알리바바그룹의 사명은 세계 어디에서든 비즈니스를 쉽게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알리바바그룹은 처음부터 중소기업을 위한 B2B 마켓으로 탄생했으며 중소기업들이 사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중소기업의 발전에 힘을 실을 것이다.
토니 웡: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가들이 사업을 포기할지 버틸지에 대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어떠한 요소를 고려해야 할까? 주어지는 대로만 가져가야 할까?
차이충신: 기업가로서 아이디어를 쫓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사업을 시작한 이유로 다시 돌아가야 하며 정해진 미션이 무엇인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똑같은 문제가 아직도 존재하고 똑같은 고객도 여전히 있으면 사업을 계속해서 진행할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단순히 아이디어를 쫓는다고 하면 기업가는 열정이 생길 수 없을 것이다. 돈만 벌기 위해 아이디어를 쫓아가는 것은 진심으로 미션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가는 정해진 미션을 통해 미래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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